
천골후두골요법(SOT)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공학도였던 디자넷 박사가 정골의학과 카이로프랙틱을 거쳐 SOT를 정립하기까지의 60년.
진료실에서 검사와 치료 계획을 설명하다 보면 SOT라는 용어가 종종 나옵니다. 정식 명칭은 천골후두골요법, 영어로는 Sacro Occipital Technique이고 앞글자를 따서 SOT라고 부릅니다. 처음 듣는 분들은 대개 비슷한 것을 물으십니다. 이게 어디서 나온 치료법인가요.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이 기법을 만든 한 사람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치료법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매뉴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몸으로 겪은 문제,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만난 사람들, 그리고 수십 년의 임상 관찰이 쌓여 하나의 체계가 됩니다. SOT도 그렇습니다.
이 기법을 만든 사람은 메이저 버트런드 디자넷, 흔히 M.B. 디자넷이라 불리는 인물입니다. 그는 원래 치료사가 아니라 공학도였습니다. 미국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했고, 몸을 다루는 일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의 인생이 방향을 바꾼 계기는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젊은 시절 공장에서 일하던 중 다친 허리가 좀처럼 낫지 않았습니다. 당시 통용되던 방식으로 치료를 받아도 통증은 반복되었습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데 정작 원인을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여러 치료를 전전하던 디자넷은 정골의학, 오스테오패시라 불리는 치료 체계를 접하게 됩니다. 정골의학은 뼈와 근육, 관절을 손으로 다루어 신체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접근을 취합니다. 그는 환자로서 이 치료를 직접 받았습니다. 공학을 공부하던 사람이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이 시점부터입니다.
정골의학을 접한 이후 디자넷은 아예 치료의 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더 깊이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를 움직였습니다.
이 무렵 디자넷에게 중요한 영향을 준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두개골 요법, 크레니얼 테크닉의 창시자로 알려진 윌리엄 가너 서덜랜드입니다. 서덜랜드는 두개골을 이루는 뼈들이 완전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다는 관찰을 남긴 인물입니다. 그리고 이 미세한 움직임이 뇌척수액의 순환, 나아가 신경계 전반의 기능과 맞닿아 있다고 보았습니다.
디자넷은 서덜랜드와 교류하며 이 개념을 접했습니다. 척추의 가장 아래에 있는 천골과 머리뼈의 뒤쪽인 후두골이 서로 리듬을 주고받는다는 생각, 그리고 그 리듬이 신체 전체의 균형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이 시기에 그의 안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훗날 SOT의 이름에 들어가는 두 단어, 천골과 후두골이 여기서 만납니다.
그러나 디자넷은 정골의학과 두개골 요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다시 카이로프랙틱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1924년 카이로프랙틱 학위를 취득합니다. 공학도로 출발해 정골의학을 몸으로 겪고, 두개골 요법을 배우고, 카이로프랙틱 학위까지 마치기까지 걸린 시간이 그의 30대 초반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한 사람의 배경치고는 이례적입니다. 공학, 정골의학, 두개골 요법, 카이로프랙틱. 서로 다른 네 개의 관점을 한 사람이 순서대로 지나온 셈입니다. SOT가 단일한 학파에서 나온 기법이 아니라 여러 관점이 겹쳐진 결과물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학위 취득 이후 디자넷의 작업은 정리와 임상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배운 것들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내는 대신, 오랜 기간 환자를 보며 관찰한 내용을 계속 수정해 나갔습니다. 천골과 후두골 사이의 관계, 골반의 좌우 불균형이 신체 전체에 미치는 영향, 신경계의 조절 상태가 근골격계 증상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임상에서 하나씩 확인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과정은 짧지 않았습니다. 그가 젊은 시절 공장 사고를 겪은 시점부터 이후의 저술이 나오기까지, SOT라는 체계가 지금의 형태를 갖추는 데에는 6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나의 치료법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임상 인생 전체가 여기에 담겨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디자넷이 남긴 저술
- 1979년 Cranial Technique Manual: 두개골 요법을 정리한 저작으로, 서덜랜드에게 배운 개념을 자신의 임상 언어로 다시 풀어낸 책입니다.
- 1984년 Sacro Occipital Technique Manual: SOT의 체계를 집대성한 저작입니다. 천골과 후두골의 관계, 골반 불균형의 세 가지 유형 분류 등 지금도 SOT를 배우는 사람들이 기본 교재로 삼는 내용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1992년, 디자넷 박사 별세
디자넷은 1992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평생을 임상과 저술에 쏟은 그의 작업은 이후 SOT를 배운 여러 치료자들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기법이 한 사람의 생애를 넘어 계속 다듬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 치료법을 대할 때 제가 늘 염두에 두는 부분입니다.
1984년 저작에서 디자넷이 정리한 개념 중 지금도 임상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골반 불균형의 분류입니다. 그는 오랜 관찰을 통해 골반이 틀어지는 양상을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습니다. 어느 쪽 천장관절에 부담이 실리는지, 그로 인해 허리의 곡선이 어떻게 바뀌는지, 이 변화가 위쪽의 흉곽과 목, 두개골까지 어떤 순서로 전달되는지를 유형별로 정리한 것입니다.
이 분류가 의미 있는 이유는 접근 순서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통증이 나타난 부위를 먼저 만지는 대신, 골반의 불균형 유형을 먼저 확인하고 그 유형에 맞는 순서로 몸 전체를 다루는 것이 SOT의 방식입니다.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같은 수기를 하더라도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 디자넷이 반복해서 강조한 지점입니다.
SOT를 짧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SOT에서는 천골과 후두골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뇌척수액의 순환과 신경계의 조절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움직인다고 봅니다. 골반이 틀어지면 이 리듬이 흐트러지고 척추 전체의 균형에도 영향이 간다는 것이 이 기법의 전제입니다. 그래서 SOT는 골반과 척추, 두개골 사이의 관계를 손으로 다룹니다.
이 관점은 저희가 진료에서 강조하는 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통증이 있는 부위만 반복해서 치료하기보다, 그 부위를 그렇게 만든 신경계의 조절 기능을 먼저 확인하자는 것이 베데스다의 진료 원칙입니다. SOT는 그 조절 기능에 접근하는 여러 수기 기법 중 하나로, 저는 자율신경 검사 결과와 골반·척추의 정렬 상태를 함께 확인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이 기법을 수기치료 과정에 적용합니다.
SOT는 카이로프랙틱과 같은 건가요?
출발점은 카이로프랙틱이지만 같은 것은 아닙니다. 디자넷은 카이로프랙틱 학위를 가진 인물이지만, 여기에 정골의학의 관점과 서덜랜드의 두개골 요법을 더해 별도의 체계로 정리했습니다. 골반과 두개골의 관계를 함께 본다는 점이 SOT를 구분 짓는 특징입니다.
진료 중 SOT를 받으면 어떤 느낌인가요?
강하게 꺾거나 소리가 나는 방식이 아닙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골반과 척추, 두개골 주변을 손으로 지그시 눌러 조절하는 방식이 많아, 시술 자체는 부드럽게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용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치료법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 순서로 몸을 봐야 하는지입니다. 디자넷의 60년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증상이 오래되셨다면, 원인부터 확인해 보세요.
검사 없이 치료를 먼저 권하지 않습니다. 편하신 방법으로 문의 주세요.
